유림외사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27
오경재 지음, 홍상훈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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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은 시대를 불문하고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부귀영화’나 ‘입신양명’을 바라는 사람들의 현실적이지 못하고 허구적이고 위선에 찬 모습은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지거나 뭇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오래전 ‘오원 장승업’을 소재로 한 영화 ‘취화선’에서 당시 사대부들의 위선에 찬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 대한 식견도 없으면서 신분을 빌미로 한 가닥 한다는 시대의 명사들이 그림의 진위를 논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그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위세를 떨치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록 자신들은 알지 못하나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속내를 알고 손가락질 비웃기 마련이다. 

이러한 위선적이고 ‘부귀영화’나 ‘입신양명’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문학작품으로 중국의 고전소설 중 이른바 6대 기서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 금병매, 유림외사’에서 찾는다면 홍루몽과 유림외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홍루몽과 유림외사는 시대적 배경을 청나라 시대로 삼아 당대 지식인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유림외사의 작가 오경재는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하여 과거 시험에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사망이후 유산 분배와 아내의 죽음과 과거 시험에 잇달아 실패하며 좌절과 방황을 겪게 된다. 남경으로 이주 후 이어지는 불운으로 떠돌다가 양주에서 객사한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 ‘유림외사’를 집필하였다고 한다.

[유림외사]는 청나라 시대 과거 시험을 매개로한 지식인들의 사회를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꼬집고 있다. 이 속에는 과거제도의 모순, 신분과 명성을 이용한 치부와 위선에 찬 생활모습, 결혼제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림외사 속에 그려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분류해보면 우선 과거 시험을 통해 입신양명을 이뤄가는 사람들의 부류와 과거 시험에서 밀려난 사람들로 시문을 짓고 풍류를 누리는 자칭 사회적 명사들 그리고 이들의 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온갖 사람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왕혜, 주진, 범진, 누 형제들, 거내순, 마정, 광형, 우포, 포문경, 상정, 계추 등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 흐름에 거침이 없다. 이들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양윤, 장철비, 우포의 홍감선 등은 자칭 명사들의 허를 찌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 둘 사라지는 이들의 운명을 보며 쓸쓸함이나 인생무상 같은 허무감이 들기도 한다.

유림외사는 이러한 이야기를 상권 30회, 하권 26회 분량의 방대한 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각 회마다 등장 인물들이 이어지면서도 이야기 주제는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매 이야기 끝에 시를 실어 다음 회로 이어가는 점이다. 마치 홍루몽의 이야기 흐름을 보는 듯하다. 또한 와평이라는 해설을 통해 자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방대한 이야기의 매회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웃음을 자아내는 글 솜씨에 따라 웃게 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촌철살인 같은 삶의 지혜를 보고는 사람들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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