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 원재훈 시인이 만난 우리시대 작가 21인의 행복론
원재훈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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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최근 들어 이러 저러한 이유로 문학작품을 대하며 나 자신이 문학이라고 하는 장르와 그렇게 친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고전이라고 하는 명작의 반열에 있는 작품이든 최근 발간되는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 하나 둘 읽어가는 동안 친숙함이나 편안함 그렇다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별로 없다. 책과 친하지만 좋아하는 분야가 달라서 그럴 것이라 위안삼아 보지만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작품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참으로 신선한 느낌의 작품을 만나 몇 사람에게 권하기도 했다. [바다와 커피]라는 소설로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너무나 잘 녹여내고 그 속에 숭고한 사랑을 담았다는 기억이다. 처음 만난 작가의 작품이지만 낯설게 다가오지 않은 원재훈이라는 작가다.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는 바로 그 원재훈이 만난 우리시대 작가 스물한 명에 대한 가슴 따스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 동안까지 몇 년 전 그 원재훈이 바로 지금의 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다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글맛, 간혹 등장하는 커피이야기 그리고 커피와 관련된 글을 발간했다는 고백을 듣고서야 알게 되었다. ‘아~ 맞다’ 그 사람이다.

정현종, 성석제, 은희경, 윤대녕, 공지영, 김연수, 신경숙, 윤후명, 조정권, 정호승, 김형경, 김용택, 도종환, 문태준, 박상우, 전경린, 조경란, 구효서, 이순원, 김선우, 김인숙 한마디로 쟁쟁한 문인들이다.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작가들이기에 이름 한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도 있지만 조금 생소한 사람도 있다. 비로 이 점이 내가 문학이라는 장르와 친하지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원재훈이 만난 이 작가들은 등단이후 많은 시간을 작품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인 만큼 그들 가슴에 담겨진 사람과 세상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담담하지만 섬세한 이야기들이지만 어느 것 하나 그냥 나오는 것 같지 않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깊이가 묻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작가를 작품과 떨어진 개인으로 보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곧바로 작가의 존재감 상실로 나타날 것 같다.

현직 작가가 동료이지만 때론 경쟁자일 수도 있는 다른 작가들을 만나 속내를 드러내는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동안 한솥밥을 먹으면서 나눠온 마음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보인다. 작품의 이면, 자라온 배경, 현재 생활, 그들의 사랑 등 이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원재훈이 그들과 오랫동안 마음을 나눠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저자가 부럽다.

이 책의 제목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는 소설가 윤대녕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이글이 담고 있는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작품 속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고뇌가 다 들어 있는 듯싶다. 글쓰기를 소망하지만 한 줄도 나가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고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책의 기준이 다음에 읽을 책을 안내하는 책이라는 누군가의 말에서 이 책속에 담긴 작가들의 책이 눈에 들어와 다음을 기다리게 한다. ‘바다와 커피’로 은은한 커피향이 생각났던 원재훈의 따스한 가슴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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