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vs 화가 - 사랑과 우정, 증오의 이름으로 얽힌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허나영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그들도 가슴 뜨거운 사람이다.
차 한 잔을 나누다 방금 만나고 헤어진 사람을 다시 생각하며 그 사람 속에 담긴 세상이 궁금할 때가 있다.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있기도 하지만 때론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 부류에 드는 사람들이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화가, 음악가, 시인들이 바로 그 범주에 든다. 그 사람들 중 이번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가슴 속 세상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난다.

그림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책들이 자주 보인다.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그림이 어떤 전문가들에 의해 창조되기는 하지만 그 창조물의 생명력은 사람들과 소통 없이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화가 VS 화가]는 한 시대를 주름 잡았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림을 매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화가들이 가슴에 담고 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유추해 보기에 적당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친구, 변치 않는 우정의 예술 동업자들>, <라이벌, 치열한 경쟁자들의 이름>, <연인, 영혼을 태우는 사랑의 포로들>이라는 분류로 마네, 모네, 클림트, 쉴레, 칸딘스키, 백남준, 피카소, 마티스 등 스물두 명에 이르는 화가들이 있으며 그중에는 우리나라 화가들도 푸함하고 있어 그 친근함을 더하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유명한 화가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포함하여 경쟁관계에 있었던 화가들 그리고 예술품 창작의 열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그들의 애정에 대한 이야기까지를 담고 있다.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 깊은 우정을 보여준 마네와 모네를 비롯하여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긍정의 경쟁을 통해 서로를 자극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특히 우리나라가 배출한 걸출한 예술가 백남준의 우정과 애국에 관한 이야기는 깊은 감명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동생에게 보낸 많은 양의 편지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에서는 숙연해지는 마음도 일어나고 프리다 칼로의 애절함과 운보 김기창과 우향 박래현 부부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예술가들의 삶은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과 그리 멀리 떨어진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은 일상과 동떨어진 예술품을 사람들 한 가운데로 가져오는 긍정의 역할을 하는 좋은 점이라 생각된다. 예술이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에서 출발하여 예술품을 창작하는 예술가의 가슴에 담긴 세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예술이야 말로 값지고 진정한 예술품이 가지는 소명을 다하는 것이 아닐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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