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인간 2 - 3판
랠프 엘리슨 지음, 송무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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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재를 깨달게 하는 순간
나라는 자신을 규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살아가는 동안 관계 맺는 모든 것들이 나에 대해 어떤 존재로 규정지으며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본다는 것은 ‘내가 나’이게 하는 그것을 스스로 돌아보는 내 존재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일을 하기 위해서건 다른 무엇을 위해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과연 무엇일까? 그 많은 관계 속에서 그들은 나를 나로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흑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오늘날 미국의 인종 갈등 문제는 어떨지 짐작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담고 있는 네거티브적인 의미는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인종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를 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인간]은 2권에서 본격적인 존재에 대한 실체를 알게 하고 인종갈등이나 계급문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담고 도착한 북미에서의 생활은 ‘나’라는 주인공의 존재를 근저에서부터 성찰하게 한다.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릴 소개서를 돌리며 점차 과거에 대한 배신감과 현실에 체감하는 벽을 실감하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페인트 공장에 취직하지만 그날로 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퇴원 후 만난 선의의 할머니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 할머니는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젊은 사람들이 흑인민족의 밝은 미래를 가꿔줄 것이란 희망을 제시하며 따스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우연히 목격한 늙은 부부가 살던 집으로부터 강제 퇴거 당하는 현장에서 집행관의 행동을 계기로 대중연설을 하게 되면서 ‘형제애’ 집단의 눈에 띄어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빛을 발견한다.

겉모습으로는 흑백의 인종문제와 계급문제에서 자유스럽게 새로운 사회를 위한 조직으로 보이는 ‘형제애단’의 활동으로 ‘나’는 미래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활동하지만 어느 순간 ‘조직에 고용된 사람’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서 그때까지의 활동에서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인간’이었음을 깨달게 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은 흑인 작가에 의해 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시대를 담고 있지만 온전히 흑백 인종의 문제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있는 현실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한 인간의 자기 정체성 발견이라는 명제를 풀어내고 있다. 인종문제나 계급문제의 사상적, 정치적 문제제기임과 동시에 한 인간의 ‘나란 존재의 발견’에 대한 구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느린 것 같지만 지루하지 않은 글의 흐름이 인종갈등의 전면에 선 주인공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늘 부딪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가 상실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어떤 마음일지 그 고충은 짐작만으로도 깊은 충격일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온전히 부정해야 하는 순간 그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었음을 선언하게 된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다양하다. 사람, 일 등 사람과 사람 사이를 규정하는 관계뿐 아니라 오늘이라는 현실을 규정하는 시대상황과 조건이 있다. 현실인은 그러한 상황과 조건에서 벗어나 생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 즉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의 근저에는 시대정신과 더불어 그 속에서 규정받는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은 홀로 독립되어 살아가는 ‘나’가 아닌 ‘관계’ 속의 나를 발견할 때 비로써 나는 보이는 인간임을 알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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