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의 눈물 샘깊은 오늘고전 12
나만갑 지음, 양대원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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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역사의 특정한 사건에 대한 평가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대의 상황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사건을 바라보는 오늘날 평가의 기준이 무엇이든 간에 당시 사건의 전후 사정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한 민족의 역사를 이어온 민족의 정신이 있기에 그 거울 또한 유용한 근거가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에 따른 차이를 분명하게 노출하는 사건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특히 조선 역사에서 당파문제, 명나라와 청나라를 바라보는 시각, 여러 왕들에 대한 치적에 대한 평가, 북학파를 선두로 한 실학파들을 바라보는 시각 등 견해에 따라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사건들이 그것이다. 그것들 중 자주 거론되는 사건이 병자호란을 겪으며 청나라에 대한 척화파와 주화파 논쟁이다. 이 논쟁의 극명한 대립을 보여주는 기록이 병자록이다.

[남한산성의 눈물]은 바로 그 병자호란의 상황을 기록한 나만갑의 [병자록]을 우리에게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나만갑은 인조 때 사람으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당시 임금을 수행했던 관리로 병자호란 때에는 남한산성에서 식량배급의 책임을 맡아 당시의 생생한 장면을 기록하여 후대에게 전해준 사람이다.

나만갑의 [병자록]은 병자호란이 일어나서 인조가 난을 피해 강화도로 옮겨가려다 여의치 못해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청나라와 46일간 대치하던 상황을 담고 있다. 그의 일지에는 당시의 급박한 정세와 척화파와 주화파의 갈등, 고위관리들의 모습, 청나라와의 협상과정, 당시 조선군의 상황과 전황, 백성들의 피해, 인조의 청나라에 항복하는 모습, 환궁과 그 병자호란의 뒤처리 과정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만갑의 병자록은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라 평가 받는다.

이처럼 [병자록]을 통해 바라본 당시 조선의 정치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다. 일에 대해 책임지는 관리도 없고, 실속 없는 명분 싸움과 그 싸움에 피해만 입게 되는 백성들의 고초만 있을 뿐이다. 또한 민족의 자존에 대한 자존심도 사라지고 자기 한목숨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은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굴욕의 역사를 만들었다.

[잘나고 자랑스럽고, 번듯한 역사만이 역사가 아닙니다. 역사는 못나고, 부끄럽고, 초라한 모든 기억과 시간도 함께 품고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집니다.] (본문 141페이지)

한마디로 병자록은 병자호란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는 이 책 남한산성의 눈물의 저자 유타루의 이야기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교훈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의 자존을 지키고 이어가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가는 원동력 또한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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