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맥베스 을유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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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흔들리는 인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을 갖는다는 것은 어쩜 그 나라사람들의 가슴에 한없는 자긍심을 주는 것이리라.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바로 그런 문인 중 한사람이다.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지만 그 유명세만큼 그의 생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셰익스피어는 당시 유행하던 극단의 배우이자 극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였지만 정작 자신의 대본은 정식 출간하지 않았고 사후에서야 출판하게 되었다. 그의 저작은 희극, 비극, 역사극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 왕,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이 있다.

[리어 왕]은 브리튼의 왕 리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세 딸들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하게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왕국을 그들에게 나눠주며 명목상 왕으로 남아 딸들에게 의탁하기를 원하는 장면에서 출발하고 있다. 세 딸 중 첫째와 둘째인 고너릴과 리건은 가식적이며 아첨과 거짓으로 욕심을 부리는 두 딸에 비해 막내 코딜리아는 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두 언니의 가식에 진절머리를 치며 진심을 이야기 한다. 막내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어 왕은 무일푼으로 프랑스 왕에게 시집보내고 나머지 두 딸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만다. 딸들에게 돌아가며 머물기로 한 리어 왕은 두 딸들의 배신으로 폭풍우 치는 광야로 내 쫒기고 나서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회적 현실을 깨닫게 된다. 두 딸 고너릴과 리건은 내부 분열의 과정에서 스스로 침몰하며 프랑스와의 전쟁 승리에도 불구하고 자멸하고 만다.

리어 왕은 선과 악의 구분이 미묘함을 보여주고 있다. 두 언니의 가식과 악함, 리어 왕의 광기와 현명하지 못한 판단, 막내 코딜리아의 선함이 결국 둘 다 비극으로 종말을 거두게 그려지고 있다. 통치자의 잘못된 판단, 권력에 대한 탐욕 등 인간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이야기는 험난한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해 의연한 인간의 모습을 죽음을 맞이하는 리어 왕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맥베스]는 권력을 향한 야망을 실현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맥베스는 반란을 제압하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세 마녀의 예언을 통해 스코틀랜드 왕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을 영주로 임명한 왕이 자신의 성에 머무는 동안 살해하고 왕권을 잡는다. 부인의 적극적인 동조로 왕위에 오른 맥베스는 정적에 대해 과감한 숙청작업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후 왕과 정적 뱅코 마저 살해 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게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과 무차별 살육에 대한 귀족들의 반감 등에 힘입은 선왕의 왕자를 앞세운 잉글랜드 군에 의해 전쟁에 패하고 맥더프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이 작품에서 보여 지는 주인공 맥베스의 모습은 권력을 향한 무자비한 살육 그리고 심한 내적 갈등의 다분히 이중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리어 왕·맥베스]는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다분히 비극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어 왕은 두 딸들의 모습에서 악의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맥베스에서는 나약함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결론은 죽음을 통해 막을 내리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선과 악, 희극과 비극, 사랑과 증오, 운명에 굴복하는 모습과 인간의 자유의지 등이 함께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나약함을 여과 없이 적나라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 이것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커다란 힘을 갖는 배경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 즉 고뇌하는 인간을 통해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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