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소설선
다자이 오사무 지음, 송숙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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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희망 찾기
평범한 일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삶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그 변화가 생활의 풍족함이나 안락함으로 바뀐다면 좋겠지만 미래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라면 어떨까? 살아오는 동안 내내 누렸던 생활의 윤택함에 젖은 일상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다른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을까? 또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에서 혼란과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는 사회로 전환되는 시기에 인간이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 역시 개인의 삶의 변화에 지대한 영행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문학작품들은 놓치지 않고 있다. 전쟁이나 극심한 자연재해 등 인간의 심리적 불안 요소를 자극하고 그동안 누려왔던 생활의 안정이 무너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인간의 심리적 갈등의 모습은 절망이나 고뇌, 자학, 타락 등 좌절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극히 퇴폐적인 이러한 모습들에 주목하며 인간을 심리적 묘사를 나타내는 문학적 경향을 데카당스 문학이라고 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상징파의 극단적으로 세련된 기교, 탐미적 경향, 좌절이나 자학, 절망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사용한 문학적 경향성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양]은 한 귀족 가문을 배경으로 패전 후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귀부인 어머니, 이혼한 가즈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끝내 자살한 동생 나오지 등 사회의 급속한 변화가 가족구성원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생활을 꾸려갈 수조차 없을 정도로 궁핍한 생활 속에 패전 후 일본에 번지는 자학, 방탕함, 불안한 미래 등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태생적 환경을 어쩌지 못하면서 변해가는 사회 속으로 편입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은 결국 자살로 결말을 보게 되는 나오지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생존을 위해 사랑이라고 우기며 한 남자의 아이를 갖기 위해 끈질기게 편지를 보내는 여자의 마음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는 좌절과 슬픔을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그 무엇을 전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실격]은 우연하게 얻게 된 한 남자의 수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기의 주인공 요조가 성장하며 겪게 되는 일상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 편입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쩌지 못하고 선택해야 하는 현실을 저자의 살아온 모습을 반영한 작품이다.
부자 집에서 태어났지만 주변과 적응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늘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은 그나마 가족이라는 품이 있어서 견딜 만은 했다. 그러니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생활하면서부터 자신이 가졌던 순수한 인간성을 버려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그로부터 절망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술, 담배, 매춘부, 전당포, 좌익사상은 전쟁 중인 일본 그리고 패전 후 사회상을 대표하는 키워드일 것이다.

[사양, 인간실격]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의 대표적인 데카당스 문학가라고 한다. 일본 동북지방의 대지주이며 중의원인 아버지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순탄하지 않은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내며 자살을 시도, 분가 제적, 좌익 활동 하는 등 극단적인 저자의 삶이 어쩌면 데카당스 적인 삶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싶다. 전쟁 중 활발한 작가활동을 전개하며 일상을 살아가지만 패전 후 패배감에 쌓여 있던 일본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산화, 사양, 인간실격, 뷔용의 아내 등이 있다.

작가의 삶과 작품이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지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의 삶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사회의 혼란, 가치관의 상실 그 후 인간이 겪게 되는 심리적 혼란 상황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혼란스럽기만 한 사회 속에서 슬프고, 우울하며, 좌절하며,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인간은 환경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존할 근거를 찾아가도록 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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