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김익록 엮음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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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리운 사람 장일순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 중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떠난 사람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그리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 속에는 물론 잘 아는 지인이나 가족들도 포함되겠지만 그보다는 사회와 이웃들에게 따스한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을 깊은 감동으로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들이 그렇게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인물이 좋아서도 아니고, 높은 지위를 가져서도 아니며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을 버리고 그 속에 이웃을 담아 그들에게 온갖 따스함을 공유했고 또한 그 따스함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서 지향하는 뜻과 생활이 한가지인 삶을 가꾸어 오신 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 중 장일순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그 뜻을 이어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위당 장일순은 자신이 태어난 원주라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교육자로 사회운동가로 사람의 얼굴을 담아낸 난초그림으로 유명한 서화가다. 더불어 신용협동조합운동과 한살림운동을 통해 농촌과 도시가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공유하는 생명사상가였으며 암울했던 7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이다.
또한 장일순 선생님은 학문에도 두루 조예가 깊으셔서 유학을 비롯한 노장사상과 동학사상 그리고 지학순 주교를 비롯한 종교인과의 교류를 통해 종교 간의 벽을 넘어 사회의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 내신분이기도 하다.

이 책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은 이런 삶을 살아오신 장일순 선생님의 삶의 지혜가 담긴 말과 그의 향기가 전해지는 서화를 모아 편집한 책이다. 이 책에 담긴 글속엔 뜻한 바를 오롯이 실천한 선생님의 마음이 곳곳에서 난초의 은은한 향기처럼 배어나고 있다. 너무 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향기를 찾아 일부러 온몸의 감각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삶의 향기가 느껴져 책장을 넘기는 손이 자꾸만 머뭇거리게 된다. 선생님의 서화 또한 간사한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현란함 보다는 늘 마주쳤던 이웃들의 환한 미소가 있는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것처럼 따스함을 전해준다.

이는 선생님이 살아오신 삶 그자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없이는 가슴에 담지 못할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에 일면식도 없는 독자에게도 깊고 큰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세상 그보다 더 복잡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하는 힘을 어디에서 올까? 이는 어떠한 뜻을 세웠고 그 세운 뜻을 어떻게 실천한 삶이였는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의 살아오신 삶을 보며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한 오늘의 정치현실을 바로잡아 갈 이 시대 진정한 지도자가 필요함을 느끼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 한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선생님이 생전에 남기신 사람을 향한 생명의 말과 그림을 통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 겨울 추위를 충분히 녹이고도 남을 만한 따스함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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