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타니 아키라, 신한균 지음 / 아우라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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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척도는 어려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음식에 관한 것은 식성뿐 아니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척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삶속에서 누리는 여유의 문화로 생각되는 동양의 차문화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더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차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다기다. 이런 다기로 쓸 수 있는 자기를 만드는 기술은 일찍이 동양의 중국, 조선, 베트남 정도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그 진가를 발휘하는 중국자기는 유명하며 조선자기보다 일찍 유럽으로 건너간 일본자기는 19세기 넘어서 본격화된 일이다. 일본은 임진왜란을 거쳐 조선에서 건너간 자기공들에 의해 자기생산 기술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그 후 자기들만의 취향에 맞는 독자적인 자기생산 기술을 발전시켜 오늘날 자기 강국의 지위를 얻었다고 본다.

일본의 차문화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조선의 자기였다. 그것은 발달된 조선의 자기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의 차문화가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 일본 차문화에서 중요한 것이 사발이다. 유독 차를 많이 마시는 일본의 차문화에 가강 적합한 그릇이 조선에서 생산된 사발이였던 것이다. 그중에는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이도다완이 유명하다.

이러한 다완이라는 차도구, 사발을 통해 한국, 일본 양국 관계자들이 공동의 작업으로 만든 도자기 관련 책이 바로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이다. 이 책은 영국을 비롯한 일본 그리고 한국에 있는 한국의 명품 사발들을 통해 양국에서 어떤 생산과정을 거쳤으며 일본으로 유입되어지는 배경 그리고 일본에 정착하여 일본 차문화에 끼친 영향까지 시대별로 정리하고 있다. 또한 사진 속의 사발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느낌까지 잘 전달되어 박물관을 가지 않더라도 명품사발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귀중한 자료적 가치까지 있다고 보여진다.

이 책을 공동 저작한 두 분은 중 신한균은 부친인 고 신정희 옹의 뒤를 이어 전통사발을 빚고 있는 사기장이며 오랫동안 한국 전통사발 연구에 매진해온 도예가이다. 또한 일본인 저자 타니 아키라는 노무라 미술관 학예부장이자 일본 다도문화학회 회장이며 미술사와 다도문화사를 전공한 학자이다. 양국의 두 전문가에 의해 한국과 일본의 도자기에 관한 의미 있는 결과를 모은 책이라 더 소중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잊혀져가는 차문화와 그와 관련된 다기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점과 자기를 통해 동양 삼국의 차문화를 비롯하여 현대에 이르러 자기가 가지는 가치를 알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 시켜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듯 보여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의 차문화와 관련된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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