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이야기
김형술 지음 / 사문난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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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인의 가슴으로 그림을 보다
날마다 보는 같은 거리도 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눈으로 보이는 대상을 마음으로 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열린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느껴지는 그대로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일까? 남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과학자나 창작을 하는 소설가, 시인, 화가, 음악가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무심하게 보게 되는 일상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자신에 담긴 내면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섬세한 감정과 따스한 눈을 가졌다. 오늘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는] 시인의 가슴을 만난다.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는 시인 김형술의 눈으로, 가슴으로 보았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다르게 세상을 보는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은 어떤 느낌을 전해줄지 궁금하게 만드는 테마다. 이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울 속의 괴물들, 즐거운 경계, 가방 속의 날개가 그곳이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표현대상, 작가들이 다르지만 시인 김형술이라는 또 다른 독특한 눈을 통해 재해석된 작가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에드워드 호퍼, 프리다 칼로, 르네 마그리트, 파블로 피카소, 구스타프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오순환, 천경자에 이르지 까지 28명의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시인의 마음에 들어왔던 작가들의 그림이다. [산책하듯, 연애하듯, 가끔은 모험하듯 그림 보러 가실래요?]라고 속삭이는 저자의 그림을 대하는 애정이 가득 담긴 행보는 봄날 따스한 햇살의 온기를 가득 담고 있다. 그림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말이다.

[한참을 들여다본다는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며, 내 속에 담긴 대상에 대한 마음의 지극한 표현방식을 것이다. 시인은 그림을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봤다. 언젠가 시인의 가슴속엔 무엇이 담겨있을까 궁금함을 느낀 적이 있다. 무엇이 그토록 아름답고, 애절하며, 희망을 때로는 절망을 노래하게 하는지 말이다.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에서 다시 한번 그런 의문을 가져 본다. 미술이라는 독립된 또 다른 세상을 대하는 시인 김형술의 이야기는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감상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마음이 가는대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으면 되는 것, 그것이 미술을 감상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의 시인 김형술이 초보적인 감상인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다년간 쌓아온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내공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얼굴 붉어지는 따스한 미소로, 때로는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청량제처럼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전해주고 있다. 그것이 시인 김형술이 가진 내공의 깊이라 본다. 어려운 것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누구나 다가가기 편리한 길을 내고 있는 것이다.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본 인간의 자아 깊숙이 내재하며 살아가는 동안 결코 사라지지 않을 그 무엇에 대한 다양한 욕망, 그 욕망의 현실화 시켜주는 삶이 거울을 통해 보이는 자화상.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을 통해 작가 김형술은 어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다른 그 특별한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그림의 세계로 다가가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시인의 따스한 가슴으로 깊어가는 가을에 미술관을 서성이게 만들 친절한 그림 안내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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