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신편 밀레니엄 북스 67
루쉰 지음, 우인호 옮김 / 신원문화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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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익히 아는 이름이지만 익숙한 만큼 그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아마도 역사시간에 들었던 기억 때문에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된 듯싶다. 루쉰은 본명은 저우수런[周樹人]이며 루쉰은 그의 대표적인 필명이다.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조부, 부모 등 겹치는 불행으로 어려서부터 고생스럽게 살았다.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 입학, 당시의 계몽적 신학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일본에 유학 의학을 공부하다 문학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국민성 개조를 위한 문학을 지향하였다. 귀국하여 고향에서 교편을 잡다가 신해혁명이 일어나자, 신정부의 교육부원이 되어 일하면서 틈틈이 금석탁본의 수집, 고서연구 등에 심취하였다. 문학혁명을 계기로 광인일기를 발표하여 가족제도와 예교의 폐해를 폭로하였다. 공을기, 고향, 축복 등의 단편 및 산문시집 야초를 발표하여 중국 근대문학을 확립하였는데, 특히 대표작 [아큐정전]은 세계적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30년 좌익작가연맹이 성립되자 지도적 입장에 서서 활약하고, 1931년 만주사변 뒤에 대두된 민족주의 문학, 예술지상주의 및 소품문파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였다. 또 판화 운동도 지도하여 중국 신판화의 기틀을 다졌다.
중국의 문예운동가이자 사상가로서 일생을 민족의 정신개조에 바친 루쉰은 그의 문학과 사상에는 모든 허위를 거부하는 정신과 언어의 공전이 없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뿌리박은 강인한 사고가 뚜렷이 부각되어 있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눌함], [분], [열풍], [조화석십], [고사신편] 등이 있다.

신원문화사의 [고사신편]에는 고사신편과 방황 이렇게 두 단편집이 담겨있다. 첫 번째 [고사신편]은 역사적 소품에 해당하며 8편의 이야기가 있다. 주로 신화나 전설 그리고 역사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루쉰의 해석을 가미한 이야기들이다. 각각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루쉰의 이야기에서 단편적인 이해를 할 뿐이다. [채미]의 백이와 숙제 역시 단편적인 사실만 알고 있다. 은나라 때 고죽국의 아들로 왕위를 서로 사양하다 끝내 두 사람 모두 나라를 떠났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의 주왕을 토멸하여 주왕조를 세우자, 두 사람은 무왕의 행위가 인의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여 주나라의 곡식을 먹기를 거부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고사리를 캐어먹고 지내다가 굶어죽었다. 유가에서는 이들을 청절지사로 크게 높였다. 루쉰은 [채미]를 통해 백이숙제의 청절지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출관]의 노자와 공자 그리고 [비공]의 묵자에 대한 이야기 역시 [채미]와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 [방황]에는 1924년과 1925년 사이에 쓰인 작품들로 술집에서, 행동한 가정, 비누, 고독한 사람 등 11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서]에서 연서와 자군의 이이기는 격변기를 맞이한 청춘들의 현실의 벽과 가치관의 혼란 등으로 절망적 결론에 이르고 있다. [고독한 사람]은 위연수라는 당시 한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격변기 시대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본다. [방황]에 실린 이야기들의 전체적 느낌은 암울한 현실 속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둡고 절망적이다. 때론 현실의 벽에 갇혀 고뇌하는 지식인의 암담함이 불투명한 미래를 엿보게 한다.

처음 접하는 루쉰의 작품들이다. 그만큼 루쉰과 중국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문예운동가이자 사상가로서 민족의 정신개조에 일생을 바쳤다는 루쉰의 가치관과 [고사신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시켜 이해해야 하는지 남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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