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세키 간테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젊음과 자유로움에 대한 깨달음
요즘 아버지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평생을 누구보다 부지런히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주름살과 병들어 아픈 몸으로 기운 없어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통해 내가 나이 들어 사회로부터 할 일이 없다고 느낄 때는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갈까하고 유추해 보는 것이다. 썩 희망적인 모습은 아닌 듯 싶다. 살아온 만큼 아직 살아갈 날이 남아있다고 본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나이 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나이 들어감이 흉이 되지 않은 사회를 상상하는 것이 혼자만의 객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좋겠다. 80살이 넘었는데도 하고 싶은 일에 왕성한 활동력을 보인다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눈은 부러움이 가장 먼저 일 것이다. 여기 그런 사람이 있다.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책의 저자의 삶이 그렇다. 내키는 대로 살면 늙는 것도 유쾌하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그의 삶이 투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여든 하나이면서 여전히 성장하는 중인 불량 노인 저자 세키 간테이는 노화방지 학원을 열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 하는 조각가이며 그림과 글씨에도 뛰어나고 골동품에 대한 조예도 깊다. 또한 젊은 시절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불교를 만나 고행하는 수도자이기도 했다. 그의 이력이 보여주듯 실없는 듯 보이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엔 깊고 넓은 인생의 지침이 있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은 여든한 살 불량 노인, 여전히 건재합니다, 불량이란 ‘시들지 않는’ 삶을 말합니다. 남자들이여, 죽을 때까지 색기를 갈고 닦아라, ‘여행’으로 인생의 때를 털어내고, 인생, 타성이 생기면 끝장입니다. 이렇게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지만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생로병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접근을 통해 깊은 성찰과 수행의 결과가 나타나는 커다란 울림이 있기에 어느 글에서건 따스한 미소가 있다. 그 울림은 민망스런 색기를 이야기하고, 버스 한 대로는 부족한 여자 친구를 이야기하고, 술집의 어수선한 풍경이 담겨있지만 오히려 세속에 물들지 않아 보여 그 불량스러움이 더 자연스럽다.
[내가 있고 나와 같은 생명을 가진 살아 있는 사람이 있고 각기 생명을 찬란하게 빛내고 있습니다.](76페이지)

자신이 고구마를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여든 한 살이라는 현재가 고구마 꼬리쯤이여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겉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세상에 걸림 없이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자신을 삶을 사랑하고 또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알지 못할 이야기라 생각한다.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 들릴 때 찬란히 빛나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 것이다.
서쪽하늘 붉은 노을이 보일 때 쯤, 어느 선술집을 기웃 거릴 여든 한 살의 불량노인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어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타성을 경계하고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늘 자신을 돌아보라며 술 한잔 건네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