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2
김현아 지음, 박영숙 사진 / 호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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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었다
언젠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다는 생각에 난 우리나라의 희망을 봤다고 한 적이 있다.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여자 분들이 책과 친하게 지낸다면 자연스럽게 그 휘하에서 자라는 아이들 역시 그 영향으로 책이 담고 있는 드넓은 세상과 가깝게 지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다분히 가부장적인 사고라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생각은 여전하다.

당당한 역사의 주인이면서도 주인으로서의 권리와는 너무 먼 삶을 살아온 여성들에 대해 어쩌다 역사에 이름을 남겼던 여성들을 보면서 운이 좋거나 좋은 상황을 만나서 그럴 거라 생각했다. 시대가 변하고 그에 따른 사람의 지위도 변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당당한 두 축으로 우뚝 서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에 이르러 아직 미흡한 사회적 편견이나 구조적 제약이 있지만 그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에 의해 분명 바뀔 것이라 확신해 본다.

역사에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겼던 여성들을 오늘 다시 보게 된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2]를 통해서 그들이 살아온 그 시대와 지금 내가 발 딛고 사는 오늘을 함께 만났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만의 삶을 살다 간 여성의 자취가 남은 공간을 찾아 나서며 어제와 오늘을 같은 시간대에 올려놓고 있다.

삼천궁녀와 소서노를 통해 백제의 부여를, 아랑이라는 언니귀신과 함께 밀양을, 남강 의암에서의 논개로 다시 보는 진주, 최초의 여성 소리꾼이었던 조선말의 진채선과 그녀의 후배들인 식민지 시대의 이화중선과 박초월의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남원과 고창에 이르는 발걸음이 생생하다. 봉건사회의 가부장적 한계를 넘어서는 듯싶기도 한 여성들의 몸짓을 통해 저자는 한 인간과 그를 있게 한 역사와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온전하게 드러내 놓고 있다.
비교적 가까운 근대에 이르러 지금도 남도의 정서를 대변하는 목포의 눈물 이난영을 비롯하여 정신대 할머니와 혼불의 최명희, 토지의 박경리를 만나러 목포, 통영, 원주에 이르는 길에서 만난 우리의 역사와 사람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만나는 역사의 현장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여성들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는 저자의 사람과 세상을 향한 스팩트럼이 보인다. 익히 알고 있었던 기존의 이야기를 [그녀들에 관한 농담 혹은 거짓말]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시각은 21세기의 “대동女지도”를 만든다는 목표 속에 온전히 담겨있다. 저자는 자의든 타의든 주어진 삶에 순응하는 삶이 아니라 온전히 한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에 이은 두 번째라는 이 책은 이미 당당하게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삶처럼 저자의 눈은 섬세하고 성실하며 따스하다. 저자의 발걸음이 닫는 모든 곳에선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사라지고 한 인간이 우뚝 서 있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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