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
이용재 지음 / 부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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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적을 찾아 다닌지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지나간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온전하게 스며있는 문화유적을 찾아다니며 무엇을 이야기해도 보이는 그것만을 받아들이는 딸아이와 함께한 시간이다. 가깝고 먼 길을 마다않고 나서는 길에서 문화유적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이 의미가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로망을 실현하며 사는 사람으로 한껏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사람이 저자 이용재가 아닐까 한다. 저자 이용재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저자는 스스로 삶의 무게에 이리저리 끄달리는 삶이라고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답게 하고 싶은 일은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과감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특히, 전공한 건축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그 건축물이 담고 있는 삶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다. 문화유적이나 건축물은 사람의 삶과는 떨어질 수 없는 것이지만 유독 외딴 곳에 홀로 존재하게 만들었던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바꿔 함께 호흡하게 만들고 있는 그 점이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은 저자의 여러 책들 속에 나타나는 문화유적으로써의 건축물, 그 건축물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딸과 함께하는 여정 등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기존의 책들과 유사성의 연장이다. 다만, 이야기의 중심이 선비로 옮겨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번 책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속에 나타나는 우여곡절을 담아내고 있다. 19명의 선비들의 삶을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구분이 아닌 삶속에 투영된 선비들의 고난 삶을 중심으로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 인 선비들의 삶을 딸에게 들려주며 미래를 잘 가꾸어 가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글을 보면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겠고 구어체로 딸아이와 대화하는 형식을 빌렸다고 하지만 내용상 빈약한 점이 많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고 할까? 발품 팔아 애써 찾아간 그곳에서 콜라의 탁 쏘는 그 맛만 보고 마는 것 같다. 그래서 애쓴 노고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의 경우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를 찾아가는 길이 시대순이 아니기에 읽어가는 도중 선비들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글의 흐름을 쫓아가는데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실사구시로 백성을 살핀 정약용의 편에선 그의 형 정약전의 유배지를 잘못 이야기하는 오류가 있다.(169, 172페이지) 정약전을 찾아보면 어디에도 제주도 추자도로 유배되고 그곳에서 자산어보를 쓰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 정약전은 신유사옥으로 전라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추자도와 흑산도가 역사 속에서 같은 지명이였다는 것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그렇더라도 저자 이용재는 그간의 저서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선조들의 삶을 담고 있는 문화유적에 대한 사랑 특히 건축물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며 건축물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며 죽어있는 건축물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딸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정을 가득 전하고 있어 아버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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