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 1 황제내경 : 내경의 철학을 밝힌다 강설 황제내경 1
유장림 지음, 조남호 외 옮김 / 청홍(지상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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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경의 철학과 만남
얼마 전 광주에서 꽤 유명하셨던 의사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 분을 유명하게 한 이유 중 하나가 감기 등 사소한 질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약이나 주사 처방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체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인위적인 약 등을 사용하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빼앗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란다. 의학적 지식은 문외한이지만 대단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사람은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 아픈 원인과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게 된다. 하지만 다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 접근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현대의학이라고 불리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인 한의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심증은 가지만 잘 알지 못하는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한의학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내경의 철학을 밝힌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 [강설1 황제내경]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황제내경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과학의 정수가 녹아있는 의학서이자 철학서라고 한다. 동양의학인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다른 방법으로 인체를 인식하는데 그 인식의 바탕은 동양철학의 기본을 이루는 기(氣)와 음양오행이다.

[강설 1 황제내경 : 내경의 철학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한의학 성립 과정으로부터 기, 음양과 오행 및 그에 따른 철학범주를 설명한 후 한의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총 7장으로 내경의 형성연대로부터 그 근간이 되어지는 기와 음양 그리고 오행과 체계이론, 형(形)과 신(神) 천(天) 인(人) 천지 그리고 장상(藏象)을 방법론 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이다. 다소 난해하고 어려운 점이 많으나 한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처방전이 아닌 한의학으로 들어가는 기본 안내서로 생각하며 한의학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 책은 한의학적 처방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본이 되는 동양철학과 한의학의 성립되는 기조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내경을 관통하는 철학성과 과학성을 음양오행과 체계이론으로 설명했다. 체계이론은 대상의 구성 부분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또 주위 환경과 분리하지 않고 연구하는 방법이다. 대상은 환경 안에서 정지해있지 않고, 움직이는 가운데 평형을 유지한다. 오행설은 목, 화, 토, 금, 수 오행이 상생상승 하는 구조적 연관 관계로 설명하며 이 구조 안에서 각 행은 순환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움직임 안에서 서로 돕거나 견제하며 평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몸이라는 정체의 동태적 평형에 관한 문제가 바로 [내경]의학 이론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이 체계 이론을 지도 원리로 하는 의학 연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오행이론은 초보적인 일반 체계 이론 중에서)

현대의학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고 있는 서양의학의 입장에서 한의학을 일방적으로 호도라는 경우도 있고 의견이 분분한 경우도 많다. 무엇이 옳고 그름인가의 판단을 미뤄두고서라도 먼저 생각해 봐야하는 중심점은 있다. 바로 사람을 살리는 문제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인체를 파악하는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기에 서로 장단점을 인정하고 사람과 관련된 가장 큰 명제인 사람을 살리는 문제에서 동서 의학이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처럼 학문의 구분이 세분화되기 전에는 모든 학문의 기본은 철학이였다. 인간을 둘러싼 우주와 세계,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가의 문제가 학문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한의학 역시 그런 시각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저자가 맺음말에서 이야기 하듯 내경이 의학서지만 의학의 논리를 이야기 하는 동시에 철학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내경이 갖는 철학사상의 이해가 있을 때에만 근본적인 한의학에 대해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본다. 동양 사상의 중심에 늘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사람의 몸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한의학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신비함과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점차 확산되어가는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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