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전경일 지음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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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옆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
나이 들어가며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날이 늘어난다. 누구에게도 쉽게 보일 수 없는 모습이지만 어쩌지 못하는 현상이다. 나이란 절대적인 계념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에 따라 충분히 상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십대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아직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에 대한 희망이 더 크기에 그로부터 오는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면 유독 강하게 남아 있는 기억하나가 있다. 단조롭기까지 한 학창시절, 그 생활의 탈출구가 방학이였다. 방학 때가 되어서야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친척 할머니가 계시는 바닷가 도시로 설레임 안고 여행을 몇일이나마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음료수와 삶은계란 그리고 자두를 사 주시며 보인 따스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사건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 사소한 일이지만 그 일이 오랫동안 이렇게 강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이것은 내가 아버지가 되면서 내 아이에게 만은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작용했다. 아버지가 아이에게 남길 수 있는 것은 성장하는 동안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추억일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만 나면 이곳저곳 여행하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아이의 기억 속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많이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아이지만 아버지로서 아직 그 마음은 유효하다.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책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경제적 어려움, 자아실현에 대한 좌절,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았고 앞으로도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느끼는 아버지들의 마음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산다는 것,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가 되던 첫마음을 기억하라, 내 인생 후반전에는 등의 주제를 통해, 저자는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로 아버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아버지가 들려주는 39가지 삶의 지혜라는 이 시대의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동시대 보편적 아버지들의 상황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저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 할 것 같다. 봉건시대 유교문화에 길들어진 가족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가치관과 현대사회에 이르러 혼재된 문화적 충돌에서 오는 변화를 겪고 있는 이 시대 아버지의 의미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부장적 권위가 아닌 아이를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을 표현하고 알게 해야 마음의 거리감이 좁혀질 것이다.

아버지는 가족 속에 존재할 때 그 의미가 온전하게 빛날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의미로써 아버지는 늘 가족 속에 있는 것이다.
아버지란 옆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기에 이제 가족들이 가장인 아버지들이 미래의 희망을 향해 나가는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과 함께하는 동안 언제든 아버지에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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