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딛고 세상을 향해 뛰어올라라 - 아버지의 인생 수업
송길원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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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미 부모가 되었고 내 아이가 커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선택을 하고 먼 길을 나섰다. 그런 아이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생각이 내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자식을 위해선 못 할 것이 없으셨던 아버지였다. 시골에서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묵묵히 살아오신 그분의 쳐진 어께를 닮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내가 느끼는 이 안타까움을 훗날 내 아이가 느끼는 것은 아닐까?

커가면서 엄마보다는 유난히 아버지를 따랐던 아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자 먼 길을 떠났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라 여간 마음이 놓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강한 의지를 보이는 아이를 말리지 못하고 말없이 안아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기숙사 생활하며 학교에 적응 잘 하는 것처럼 보여 다행이지만 딸 아이를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늘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대견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문제에 대해 잘 견디며 뜻하는 바를 이룰 것이라 점점 믿음이 간다.

그 아이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기운이 없어 보여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어리고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아이들이라 다들 힘들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듣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태까지 잘했으니 앞으로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리라는 믿음이 있지만 조금은 벽을 보이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 부모 마음인가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아이와 의사소통의 통로가 있다는 것이다. 나이차를 극복하고 같은 음악에 대한 공감이나 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빠를 닮은 아이라 책을 통한 소통이 그것이다.

[나를 딛고 세상을 향해 뛰어올라라]는 딸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먼저 읽어보고 딸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책이다. [꿈, 성장, 도전, 좌절, 소통, 행복, 사랑]의 7가지 항목으로 나눠져 있으며 많은 명사들의 이야기와 명언들이 인용되어 있어 내용의 풍부함을 더 하고 있다. 나 만이 아니라 세상 아버지들의 마음이 다 담겨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이 땅의 아버지들은 모두 자식 앞에서 당당하고 싶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소통을 통해 삶과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망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희망노트를 통해 나 자신과 특히 내 아들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그리고 그 이후 내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며 나는 다시 일어섰고, 아이들도 밝게 자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나는 가족 간의 연대는 부모 자식 간의 진정한 역할을 찾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아버지의 존재감이 확고할수록 자식들은 이 세상의 두려움을 떨치고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아버지는 인생 수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를 떠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속에 아버지들의 간절한 소망이 다 담겨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점점 자신의 위치를 잃어가는 것이 아버지들의 현실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만은 이야기 하지 못할지라도 아버지들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독립적인 자신만의 사고와 생활공간을 갖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 틈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버지들 또한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적 불안감에 가족의 공간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전락하는 인상은 쉽게 지울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이 공부로 대변되고 그 아이의 공부를 위해 온 가족은 매진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아빠의 위치는 희미해져 가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동년배 친구들이나 이웃 아버지들의 모습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보게 된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공부로 아내는 그 아이들 공부 뒷바라지로 자신만이 소외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강요받은 것 처럼 늦은 귀가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 할 무엇인가를 찾게 되는 것 같다는 쓸쓸한 어께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들은 비록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야 한다]

이 말은 내가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비록 지금은 힘들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걸어가길 희망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소중한 통로를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현재 내가 처해있는 불안전한 조건에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슬며시 이 책을 건네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말 집에 오는 딸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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