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꽃

천향을 사랑하여 저녁 바람 앞에 섰네

題錦城女史芸香畵蘭 제금성여사운향화난

畵人難畵恨 화인난화한

畵蘭難畵香 화란난화향

畵香兼畵恨 화향겸화한

應斷畵時腸 응단화시장

금성여사의 난향난초 그림을 두고 짓다

사람은 그려도 한을 그리기 어렵고

난은 그려도 향기는 그리기 어렵지.

향기를 그리며 한까지 그렸으니

응당 그림 그릴 때 애가 끊어졌으리.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일곱 번째로 등장하는 신위(申緯;1769-1845)의 시 '題錦城女史芸香畵蘭 제금성여사운향화난'이다.

꽃을 보러 나선 길에 종종 꽃놀이 나온 이들을 만난다. 일면식도 없지만 꽃이 좋아 같은 날 같은 길에서 만났다는 것 만으로 친근감이 있다.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대부분 꽃에 대한 정보교환이 주다.

어느날 먼길을 왔다는 이가 눈여겨 보며 신기해하는 꽃이 있었다. 자신이 사는 곳에선 이렇게 여러개체의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기 힘들다며 남도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 했다. 남쪽에선 흔해서 꽃쟁이들 사이에서 덜 주목 받는 꽃이 바로 이 '춘란'이고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다.

춘난은 '보춘화'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봄을 알리는 난초라는 의미다. 동양에서 선비들이 자주 그렸던 사군자에 등장하는 난초가 이 춘난으로 생각된다. 이 춘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투', '복륜', '소심' 등 상당히 복잡한 구성이다. 문외한의 눈에는 그것이 그것 같지만 난초가 가진 멋드러진 풍모는 이해가 된다.

난초 그림으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마음속 난과 종이 위의 난이 둘이 아니다"라는 '불이선란'은 "난초를 그리지 않은 그림"이라는 뜻의 '부작난도'라고도 한다."

옛사람들이야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지의 속내를 그림으로 그렸다지만 그저 꽃이 좋아 꽃놀이를 일삼는 이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내 마음에 들어오는 모습 그대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만의 난향을 담는다. 그 둘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면 오만일까.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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