騷騷木葉下江皐 소소목엽하강고
黃黑天光蹴素濤 황흑천광축소도
衣帶飄颻風裏立 의대표요풍리립
怳疑仙鶴刷霜毛 황의선학쇄상모
不亦快哉 불역쾌재
낙엽은 우수수 강 언덕에 떨어지고
우중충한 날씨에 흰 파도가 넘실댈 때
옷자락 휘날리며 바람 속에 섰노라면
하얀 깃을 쓰다듬는 선학과도 같으리니
그 얼마나 상쾌하랴
 
*조선사람 다산 정약용(丁若鏞)의 不亦快哉行 불역쾌재행 연작시 20수 중에 일곱번째 시다. 다소 답답한 상황에서 반전의 묘미를 살려 끝내 얼마나 통쾌한가를 알게 한다.
간밤에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하늘을 덮은 구름이 사이로 따사로운 햇볕이 난다. 움츠렸던 가슴을 펴며 하늘 한번 쳐다보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내친김에 한수를 더 읽어보자. 열아홉 번째 시다.
 
琴歌來趁月初圓 금가래진월초원
無那頑雲黑萬天 무나완운흑만천
到了整衣將散際 도료정의장산제
忽看林末出嬋娟 홀간임말출선연
不亦快哉 불역쾌재
달 둥글면 거문고 타고 노래하기로 하였는데
어찌할까 온 하늘을 먹구름이 다 덮다니
옷을 모두 챙겨 입고 헤어지려 할 즈음에
숲 끝에 얼굴 내민 예쁜 달을 보게 되면
그 얼마나 반가울까
 
*기대가 허물어지나 싶었는데 끝내 그 아쉬움을 달래줄 상황을 만나니 반가움은 배가 된다. 일어섰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심중에 담아둔 회포를 풀어내 긴밤을 지세워도 좋으리라.
 
*사진은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아끈다랑쉬오름과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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