蟬說 선설
매미가 우는데 소리가 등에서 나온다. 무릇 천하에 소리를 내는 동물은 모두 입으로 소리를 내는데, 매미만 등에서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입으로 소리를 내는데도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인가, 아니면 매미라는 물건이 미소해서 이목구비(耳目口鼻)의 기관을 갖추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벼룩과 이와 개미를 보면 지극히 자질구레한데도 입을 가지고 있고, 지렁이와 굼벵이를 보면 지극히 굼지럭거리는데도 입을 가지고 있다. 소리를 내지 않는 것들도 입을 가지고 있는데, 매미처럼 맑고 기이한 소리를 내는 것이 입으로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어찌 이상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옛사람이 “매미는 이슬을 마신다.”라고 하였으니, 매미에게도 입은 있는 것이다. 입이 없다면야 사람들이 물론 이상하게 여길 것도 없겠지만, 입이 있는데도 소리가 등에서 나와야만 사람들이 “왜 그럴까?” 하고 이상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이 많은 것을 싫어해서 하늘이 매미의 입을 일부러 함봉(緘封)하여 경계한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서 느껴지는 바가 있기에 이렇게 써 보았다.
 
*조선사람 녹문(鹿門) 임성주(任聖周, 1711~1788)가 남긴 '매미에 대한 설'이다.
 
문득 돌아보니 어느날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때를 지나 제 몫을 다한 까닭이리라. 그 울음소리로 때가 되었음을 알았고 그 울음소리로 때가 무르익었음도 알았는데 그 울음소리가 사라지니 다른 때에 이르렀음도 알겠다. 이처럼 소리에 주목해 일상의 때를 구분하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될까. 羽化우화하여 한철을 제 멋으로 마음껏 보냈으니 모두가 登仙등선 하였길 빈다.
 
계절을 이끌어가는 비가 차분하게도 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