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後採新茶 우후채신다

乍晴朝雨掩柴扉 사청조우엄시비
借問茶田向竹園 차문다전향죽원
禽舌驚人啼白日 금설경인제백일
童稚喚友點黃昏 동치환우점황혼
纖枝應密深林壑 섬지응밀심림학
嫩葉偏多少石邨 눈엽편다소석촌
煎造如令依法製 전조여령의법제
銅甁活水飮淸魂 동병활수음청혼

비온 후 차를 따다

아침부터 나리던 비 잠시 개어 사립문을 지치고
차밭을 물어 물어 대나무 동산으로 향하노라
한 낮의 새 혀 같은 차 잎, 인기척에 놀라 소리 죽이고
어린 동자 불러 벗 삼으니 어느새 황혼이구려
깊숙한 숲속에는 예상대로 잔가지 빽빽한데
어린 차 잎 다분히 석촌 쪽에 치우쳤구나
법제대로 다려 졌는가
구리병에 생기 있는 차, 마시고 나니 혼이 맑아 오네

*초의 선사의 다송茶頌이다. 여름 소나기 처럼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가을에 찻잎을 따는 것이 생소하지만 이때 딴 차를 끝물차라고 한단다. 마알간 햇살이 나니 문득 이 시를 떠올려 본다.

가을로 접어들며 싱숭생숭한 마음자리를 다독이는데 차를 마주하는 시간만큼 좋은게 또 있을까. 아직 단풍들지 않은 숲길을 걷는 것은 성질급한 가을을 일부러 마중하러 나가는 것만 같아 주저하게 된다. 찻잔을 놓고 마주 앉은 이 없이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이때쯤이 아닌가도 싶다.

靜坐處茶半香初 정좌처다반향초
妙用時水流花開 묘용시수류화개

"고요히 앉아있는 것은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오묘하게 행동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과 같네"

초의선사와 교분이 두터웠던 추사 김정희의 차에 대한 욕심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초의 선사에게 보낸 편지글에 들어 있던 다송茶頌이다.

고요함을 찾는 것은 오묘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다. 차를 마시고 나니 혼이 맑아 온다는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차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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