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人賦嶺花 위인부령화
毋將一紅字 무장일홍자
泛稱滿眼花 범칭만안화
花鬚有多少 화수유다소
細心一看過 세심일간과
고개 위의 꽃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일컫지 말라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조선 사람 박제가(朴齊家 1750~1815)의 시 爲人賦嶺花 위인부령화다. 실학자이자 문인. 호는 초정楚亭. 본관은 밀양이다.
붉은 빛을 띤 꽃을 보면 쉽사리 붉은 꽃이라고만 말한다. 그렇지만 그 붉은 빛깔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붉기의 정도, 꽃잎의 모양과 꽃술의 생김새, 서로의 조화로움 등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자세히 보면 분명 남들과는 다른 무엇을 보게 된다. 그렇게 만난 꽃은 내 마음에 비로소 꽃으로 피어나 특유의 향기를 발한다.
석회질 성분이 많은 바위에 피는 병아리풀이다. 전체 크기도 작아 꽃은 눈을 크게 떠야 겨우 보일 정도다. 이 작은 꽃에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고 더욱 선명한 색까지 품고 있다. 스스로를 돋보여 스스로의 가치를 더 빛내고 있는 것이다.
볕의 까실함이 좋은 휴일 오후, 섬진강에서 한가로움을 누리며 지난 여름 마음에 품은 꽃을 꺼내 들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제 각기 가을로 질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