莫笞牛行 막태우행

소를 매질하지 마라, 소는 불쌍하니
아무리 네 소지만 꼭 때려야 되느냐?
소가 네게 무엇을 저버렸다고
걸핏하면 소를 꾸짖는 거냐
무거운 짐 지고 만 리 길을 다녀
네 어깨 뻐근함을 대신해 주고
숨을 헐떡이며 넓은 밭을 갈아
너의 배를 불려준다
이만해도 네게 주는 게 많은데
너는 또 걸핏하면 올라타는구나
너는 피리 불며 희희낙락하다가도
소가 힘들어 천천히 가면
꾸물댄다고 또 꾸짖어 대며
몇 번이고 매질을 하지
소질 매질하지 마라, 소는 불쌍하니
하루아침에 소가 죽는다면 넌들 살 수 있겠느냐?
소 치는 아이야 넌 참 어리석다
소의 몸이 무쇠가 아닌데 어찌 배겨 내겠느냐?

*고려사람 이규보 시 막태우행이다. 농경사회에서 소의 존재가 어떨지는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을 넘어선 무엇을 본다.

그림은 김홍도의 기우취적이다. 예로부터 우리음악에 쓰이는 악기 중 가로로 부는 것을 적笛이라 쓰는 저라 읽었다. 이규보의 막태우행에 등장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이긴 하지만 소 등에 올라 이 악기를 부는 모습을 상상만으로도 운치 있어 보인다.

땡볕의 여름날 내리는 소나기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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