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絃琴 줄 없는 거문고

도연명은 음률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줄 없는 거문고를 하나 가지고(畜) 있어 매양 술기운이 오르면 그럴 때 마다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실어 달래곤 하였다.

*항백 박덕준 선생님의 작품 無絃琴 무현금 (47×27, 2009. “No-stringed Harp”)을 산벚나무에 새겼다.

몇날며칠을 몸부림쳤는지 모른다. 내가 품고 있는 소리를 듣고자 스스로에게 집중했다. 보이지도 않은 글자를 새기는 일이 몸 속 잠자고 있는 세포를 깨우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줄없는 거문고를 무릎에 올려 넘치는 속내를 얹는다.




*칭구의 무현금
칭구가 걸어 놓은 죽은 나무를 파고든 '살아난 세포'의 흔적을 걸어 놓자 맑은 미소를 지었을 얼굴이 떠올랐다. 하루 동안 댓글을 달 수 없었다. 마음에 파도를 만들었지만 흐름이 짐작되지 않았다. 결국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사맞는 음악이 들린다. 책상에 앉아 오랫만에 시나위를 걸었다.
죽은 나무 조각판에 흐름이 읽힌다. 나무의 흐름은 칭구의 속으로 깊게 파고 들었다. 의미를 알수 없는 글자는 나무결을 따라 소리를 만들었다. 줄 없는 거문고에 음악이 떠오른다. 죽은나무도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새삼 까닫는다. 진양을 따라가는 슬기둥일까, 중모리 얹은 쌀갱일가? 칭구는 나무결을 타고 꺽고, 흔들고, 내질렀다. 이렇게 풍류 가락에 젖은 자신을 새겨 산위에서 죽은 나무를 살렸다.
2021년 7월 12일 항백 선생 서, 일재 각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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