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댁의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


김용준의 수필 '매화'의 첫 문장에 끌려서 그렇지않아도 학수고대하던 매화가 피기를 고대했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메인 몸을 탓하는 마음을 다독이느라 애를 먹었다. 지리산 달빛을 품고 섬진강가에서 사는 이에게 청을 넣어두었다가 기어이 探梅탐매의 길을 나섰다. 귀한 이와 함께 한 시간에 매향이 가득하다.


100년의 시간이 응축되어 피어날 매화는 그 품을 쉽게 열 수 없다는듯 더디게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다. 찾는 이의 속절없이 걸음을 돌린다. 봄이 오기 전에 다시 만나자는 뜻이리라. 홍매가 서둘러 곱디고운 붉은 속내를 전하고 있다.


마주도 보고, 뒤에서도 보고, 내려다도 보고, 올려다도 보며, 때론 스치듯 곁눈질로도 보고, 돌아섰다 다시 보고, 보고 또 본다. 이렇듯 매화에 심취하다 보면 매화를 보는 백미 중 다른 하나를 만난다. 어딘가 다른듯 서로 닮아 있는 벗들의 매화를 보는 모습이다. 지난해 먼길 달려와 소학정 매화를 보던 꽃벗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눈길에 나귀 타고 탐매探梅에 나선 옛사람들의 마음을 알듯도 하다.


섬진강에 매화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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