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아잠還我箴'
"옛날의 나, 맨 처음엔 본연 그대로 순수했지. 지각이 생기면서 해치는 것들 마구 일어났네. 지식이 해로움이 되고 재능도 해로움이 되었다네. 마음과 일이 관습에 젖어들자 갈수록 벗어날 길이 없었네. 성공한 사람들을 아무 어른, 아무 공公 하면서 극진히 떠받들며, 그들을 이용하여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네. 본래의 나를 잃어버리자 진실한 나도 숨어버렸네. 일 꾸미기 즐기는 자들, 돌아가지 않는 나를 노렸지. 오래 떠나 돌아갈 마음 생기니 해가 뜨자 잠에서 깨어나는 듯, 몸 한번 휙 돌이키니 이미 집에 돌아왔네. 주변 모습은 달라진 것 없지만 몸의 기운은 맑고 편안하다네. 차꼬 풀고 형틀에서 풀려나 오늘에야 새로 태어난 듯. 눈도 더 밝아진 게 아니고 귀도 더 밝아지지 않았으니, 다만 하늘이 준 눈과 귀의 밝음, 처음과 같아졌을 뿐이네. 수많은 성인은 지나가는 그림자, 나는 나로 돌아가길 원할 뿐. 갓난아이나 어른은 그 마음 본래 하나라네. 분향하고 머리 숙여 천지신명께 맹세하노니 이 한 몸 마치도록 나는 나 자신과 더불어 살아가리."

*이용휴(李用休, 1708~1782)의 글 환아잠還我箴이다. 신의측申矣測이란 제자가 '참된 나를 찾는 방법'을 묻자 그를 위해 지어준 글이 이 환아잠이다. 환아還我는 나로 돌아가자는 뜻이니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에 비추어 지금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이용휴는 '나'에 대해 관심이 참 많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는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믿고 살아가리라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 밑바탕은 바로 이 환아還我에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나무의 최전방에서 태양으로부터 받은 기운을 나무의 근본인 뿌리로 전달하는 백척간두의 일상이지만 늘 당당했다. 잎이 볕이 좋거나, 바람이 불고 눈, 비와 맞서는 등 조건의 호불호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주어진 사명을 다할 수 있는 것의 근본은 뿌리에 있다. 근본의 든든함을 믿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자신을 있게한 그 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잎이 다시금 그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밑걸음이 되고자 한다. 나뭇잎의 근본은 생명을 살리는 숨구멍이다.

비라도 내릴듯 흐린 겨울날 스스로에게 묻는다. 환아還我, 나를 있게 한 본래 그 자리는 어디이고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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