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와 수치 - 한국 근대 문학의 풍경
김남일 지음 / 낮은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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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문학의 속내를 따라가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늘 어려운 것이 문학이었다나름 이유야 있었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특정할 수가 없다문학 작품을 직접 접하기보다는 시험에 대비한 대략적인 줄거리와 작품 분석에 보다 익숙해야했던 그간의 사정도 한 몫 하리라고 여겨진다작가와 작품의 제목을 연결하고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로 문학을 이해하는 경험이 가져온 결과로 한국 근대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염상섭이광수변영로김동인심훈김명순최해서정지용임화김기림이효석이북명현진건백태원나혜석백석이태준신채호김남천김유정이상이광수이육사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 대부분이다몇몇 사람을 빼고는 작가와 작품을 연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파고든다면 그 아는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장담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식민지’ 국민으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건너는 다양한 방법이 곧 작가의 삶과 작품으로 표현되었기에 그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에서도 차이를 부일 수밖에 없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나라에서 근대라는 거대한 파도를 감당하며 제 스스로 말과 문법을 만들어가야 했던 그들의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었다.

 

여기에 김남일은 '염치와 수치'라는 특정한 프레임으로 그들의 삶과 작품을 재구성하여 당시를 살았던 당사자들의 속내를 엿보고 있다익숙한 이름들이 오히려 낯선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그런 복잡한 저간의 사정을 풀어놓고 있는 저자 서문에서 오랫동안 머문 이유이기도 하다.

 

나혜석에게는 여자에게 정조를 요구하려면 남자도 정조를 지켜야” 할 새 시대였다이육사의 근대는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이자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삶이었으나한국 문학의 근대를 개척했다는 이광수의 삶은 허세와 변명으로 점철되었다김명순은 근대가 불러낸 한국 최초의 여성 작가였지만문단과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짓밟혔다.”

 

다양한 작품을 기반으로 작가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대표성이 될 성싶은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동료 작가를 불러와 함께 그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그러기에 작품보다는 작가에 주목하고 20대 초 중반을 살았던 이들의 고뇌까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 근대 문학과 친하지 못한 사람이 접하기에는 다소 낯선 이야기들도 있지만 대부분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이해하는 수준이라면 짐작하고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롭게 만나는 이야기가 서로 충돌하거나 비슷할 때 공감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염치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수치는 외적인 대상과의 관계에서 더 두드러진다결국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비추어보는 거울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염치와 수치이기에 이를 통해 근대 한국 문학의 실상을 파악해본다는 것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민낯을 들여다볼 용기 또한 필요한 지점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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