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그렇게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이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도종환의 시 '목백일홍'이다. 석달열흘 붉을 것처럼 삼복의 여름 햇볕 처럼 강렬한 목백일홍도 꽃잎을 떨군다. 떨어진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곳에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이 있다.

배롱나무 꽃이 거듭나고 거듭나며 피듯 그렇게 스스로를 꽃 피울 일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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