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평전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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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달빛 같은 글

늘 책과 함께하고자 한다그 일환으로 출판사편집자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소통 방법을 통해 책에 관한 이런저런 통로를 마련해 두고 있다그렇게 마련된 통로를 통해 늘 한 쪽 귀는 열어둔다그 방향이 18세기 조선 후기를 살았던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로 모아진다그 중심에 당연히 연암 박지원이 있다.

 

연암 박지원과 관련된 책은 보이는 데로 구하고 읽어간다소명출판사의 연암평전은 기다렸다는 듯 손에 들었다익히 알려진 사람이기에 그를 언급한 책들은 수없이 많지만 평전이라는 이름을 단 것과 색다른 접근법으로 인해 강한 호기심이 들게 한 책이다.

 

유한준정조박규수오복이씨 부인박종채이재성백동수유언호연암간호윤

 

이들은 연암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저자는 이 11인의 사람을 선발하고 그들의 시각으로 쓴 연암 박지원의 평전이다. "무결점의 박지원이 아니라조정의 이단아이자 세상 물정 모르는 선비로서의 박지원집에 빚쟁이가 늘어서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으려는 박지원왕에게 아부하는 대신 종에게 자신의 소설을 들려주는 박지원등을 이야기한다.

 

이들 중 특히 관심이 가는 글은 유한준과 연암 자신 그리고 이 모두를 쓴 저자 간호윤의 시선이다유한준은 이미 묘지 문제를 대표로 이야기되는 연암과 끝까지 화해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관심이 가는 것이고연암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에 주목하면서 연암의 시선이다이 둘은 예상되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연암을 이해하는 한 축으로 삼을만한 것이어서 관심을 가진다다른 한 편은 간호윤의 시선으로 이 책의 저자이자 이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달리 보이는 면이 있다기존의 정보에 넓이와 깊이를 더할 기회다.

 

가장 익숙한 가족이나 벗들의 시각에서부터 왕이나 머슴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연암을 보는 형식을 취하기에 추측이나 상상의 영역이 크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와 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남긴 기록에서 줄기를 찾아”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9할은 실제 박지원의 삶에 근거한다.”는 것은 이 책을 대하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선비라는 표현은 어쩌면 연암이 다양한 소설이나 열하일기그리고 다양한 글을 통해 추구했던 방향이 아닌가 싶다. ‘양반전이나 호질같은 글 뿐만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연암이 추구한 미래는 인간다운 세상에 닿아 있는 것으로 읽힌다흥미로운 시각으로 들여다 본 연암이 꿈꾼 세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백지에 조선의 달빛 같은 글이 떨어진다는 문장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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