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심완미潛心玩味"
퇴계 이황은 "'책만 읽으면 맛이 있어서 맹자孟子가 이理와 의義가 내 마음을 즐겁게 함이 소, 양, 개, 돼지고기가 내 입을 즐겁게 함과 같다'라는 설이 나를 속이지 않음을 실감했는데, 이 뜻이 한 해 한 해 갈수록 더 깊어졌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다산 정약용은 "정자, 주자 등 여러 선생들은 경전의 뜻을 해석할 때에 흔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음미하여 스스로 깨쳐야한다고 했는데, 그 맛이 무엇일까. 맛의 진 맛을 모르다가 퇴계의 글에서 알아차릴 기회를 얻었다."고 하면서

"슬프다. 세상을 살아가며 정자程子, 주자朱子, 퇴계退溪가 맛보았던 맛을 느끼지 못하면 비록 팔진미八珍味, 오후정五侯鯖을 실컷 먹으며 높은 귀족의 부귀를 누리더라도 오히려 주리고 또 곤궁하다 하겠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이 퇴계 이황의 편지글을 통해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공부 맛에 대한 깨달음을 이야기 한 것이다.

*"잠심완미潛心玩味"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의 의미를 깊이 음미한다는 말이다. 맛을 아는 사람끼리만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묘한 경지리라. 책과 공부를 통해서 느끼는 바가 진짜 맛이나 재미이지 팔진미 오후정의 음식 맛이 맛있는 것이 아니며 고관대작의 지위가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퇴계나 다산의 공부를 따라가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 스스로를 기망하는 것일까? 뜻도 다 헤아리지 못하면서 여전히 손에서 책을 놓치 못한다. 눈만 즐겁게 하는 서재에 앉아서 책 제목을 살피는 순례를 한다.

6월의 숲에 빛이 들었다. 푸르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빛이겠지만 숲의 그늘이 없으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공부가 책을 읽는 것만은 아니다. 몇 년 사이 숲에서 마주하는 감동의 순간이 속내를 들여다보는 성찰에 한층 더 가깝게 느낀다. 억지 핑개를 대며 높고 낮음을 구별하지 않고 깊고 얕은 숲에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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