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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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겉돌지 않는다

출간 소식이 늘 반갑지만 막상 책을 손에 들고도 선 듯 나서지 못하는 작가가 있다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저하면서도 건너뛰지 못하는 매력이 함께 있는 경우가 그렇다나에게 작가 김훈은 손 내밀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 한 발치에 있다작품 이외에는 인연이 없는 순수한 독자로써 작가를 대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이 수필집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짧은 문장 하나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칠곡곡성양양순천 할매들의 글을 읽고)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그것은 바로 말은 겉돌지 않는다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가 김훈의 소설과 수필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그의 글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 하고자 하는 주제가 그 실체와 겉돌지 않는다는 점이다손에 들면 쉽게 놓을 수 없게 하는 작가 김훈의 글의 힘이 나는 여기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본다.

 

연필로 쓰기에 실린 3부로 나누어진 서른 네 편의 글은 길고 짧은 것과는 상관없이 매 글마다 단숨에 읽히지만 막상 읽고 나면 긴 여운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보고 듣는 사람들의 지극히 사소한 일상이나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그것의 실체는 삶의 본질에 선을 대고 있다그렇기에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에 인용한 할머니들의 문장과 작가 김훈의 글은 서로 다르지 않게 읽힌다.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작가 김훈의 그간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탐독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다소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비로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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