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
골동집 출입을 경원한 내가 근간에는 학교에 다니는 길 옆에 꽤 진실성 있는 상인 하나가 가게를 차리고 있기로 가다오다 심심하면 들러서 한참씩 한담閑談을 하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이 가게에 들렀더니 주인이 누릇한 두꺼비 한 놈을 내놓으면서 “꽤 재미나게 됐지요”한다.
황갈색으로 검누른 유약을 내려씌운 두꺼비 연적硯滴인데 연적으로서는 희한한 놈이다.
사오십 년래로 마든 사기砂器로서 흔히 부엌에서 고추장, 간장, 기름 항아리로 쓰는 그릇 중에 이따위 검누른 약을 바른 사기를 보았을 뿐 연적으로서 만든 이 종류의 사기는 초대면이다.
두꺼비로 치고 만든 모양이나 완전한 두꺼비도 아니요 또 개구리는 물론 아니다.
툭 튀어나온 눈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四肢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 ‘헤―’하는 표정으로 벌린 데다가 입속에는 파리도 아니요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을 물렸다.
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름벌름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허리는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쪽 내려 얽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약을 갖은 재주를 다 부려 가면서 얼룩 얼룩하게 내려부었는데 그것도 가슴편에는 다소 희멀끔한 효과를 내게 해서 구석구석이 교巧하다느니보다 못난 놈의 재주를 부릴 대로 부린 것이 한층 더 사랑스럽다.
요즈음 골동가들이 본다면 거저 준대도 안 가져갈 민속품이다. 그러나 나는 값을 물을 것도 없이 덮어 놓고 사기로 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이날 밤에 우리 내외간에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쌀 한 되 살 돈이 없는 판에 그놈의 두꺼비가 우리를 먹여살리느냐는 아내의 바가지다.
이런 종류의 말다툼이 우리 집에는 한두 번이 아닌지라 종래는 내가 또 화를 벌컥 내면서 “두꺼비 산 돈은 이놈의 두꺼비가 갚아 줄 테니 걱정 마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 잡문을 또 쓰게 된 것이다.
잠꼬대 같은 이 한 편의 글 값이 행여 두꺼비 값이 될는지 모르겠으나 내 책상머리에 두꺼비 너를 두고 이 글을 쓸 때 네가 감정을 가진 물건이라면 필시 너도 슬퍼할 것이다.
너는 어째 그리도 못생겼느냐. 눈알은 왜 저렇게 튀어나오고 콧구멍은 왜 그리 넓으며 입은 무얼 하자고 그리도 컸느냐. 웃을 듯 울 듯한 네 표정! 곧 무슨 말이나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 가장 호사스럽게 치레를 한다고 네 놈은 얼쑹덜쑹하다마는 조금도 화려해보이지는 않는다. 흡사히 시골 색시가 능라주속綾羅紬屬을 멋없이 감은 것처럼 어색해만 보인다.
앞으로 앉히고 보아도 어리석고 못나고 바보 같고...
모로 앉히고 보아도 그대로 못나고 어리석고 멍텅하기만 하구나.
내 방에 전등이 휘황하면 할수록 너는 점점 더 못나게만 보이니 누가 너를 일부러 심사를 부려서까지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냐.
네 입에 문 것은 그게 또 무어냐.
필시 장난꾼 아이 녀석들이 던져 준 것을 파리인 줄 속아서 받아물었으리라.
그러나 뱉어 버릴 줄도 모르고.
준 대로 물린 대로 엉거주춤 앉아서 울 것처럼 웃을 것처럼 도무지 네 심정을 알 길이 없구나.
너를 만들어서 무슨 인연으로 나에게 보내주었는지 너의 주인이 보고 싶다.
나는 너를 만든 너의 주인이 조선 사람이란 것을 잘 안다.
네 눈과, 네 입과, 네 코와, 네 발과, 네 몸과, 이러한 모든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너를 만든 솜씨를 보아 너의 주인은 필시 너와같이 어리석고 못나고 속기 잘하는 호인好人일 것이리라
그리고 너의 주인도 너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리라.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못생긴 눈, 그 못생긴 코 그리고 그 못생긴 입이며 다리며 몸뚱어리들을 보고 무슨 이유로 너를 사랑하는지를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나는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고독함은 너 같은 성격이 아니고서는 위로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두꺼비는 밤마다 내 문갑 위에서 혼자 잔다. 나는 가끔 자다 말고 버쩍 불을 켜고 나의 사랑하는 멍텅구리 같은 두꺼비가 그 큰 눈을 희멀건히 뜨고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가를 살핀 뒤에야 다시 눈을 붙이는 것이 일쑤다.
*김용준의 수필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다. 제법 긴 글을 옮겼다. 읽어가는 내내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글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누구나 완상玩賞하는 물건 하나쯤은 있다. 새해 출발부터 붓을 잡을 계획이 있기에 어디서 그럴듯한 연적하나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아껴보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게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