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화초 무슨 수목이 좋지 않은 것이 있으리요마는 유독 내가 감나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놈의 모습이 아무런 조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풍스러워 보이는 때문이다. 나무 껍질이 부드럽고 원초적인 것도 한 특징이요, 잎이 원활하고 점잖은 것도 한 특징이며, 꽃이 초롱같이 예쁜 것이며, 가지마다 좋은 열매가 맺는 것과, 단풍이 구수하게 드는 것과, 낙엽이 애상적으로 지는 것과, 여름에는 그늘이 그에 덮을 나위 없고, 겨울에는 까막 까치로 하여금 시흥詩興을 돋구게 하는 것이며, 그야말로 화조花朝와 월석月夕에 감나무가 끼어서 풍류를 돋우지 않는 것이 없으니 어느 편으로 보아도 고풍스런 운치 있는 나무는 아마도 감나무가 제일일까 한다."
*김용준의 수필을 엮은 책 '근원수필近圓隨筆'에 담긴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에 나오는 문장이다. 감나무 예찬으로 이보다 더 감성적인 글이 또 있을까 싶다.
제법 오래된 감나무가 지키고 있는 골목을 끼고 산다. 경계목을 겸한 감나무는 이제는 늙어 열매보다는 그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그 어떤 나무보다 사람과 함께 살아온 나무만이 갖는 정情이 으뜸인 나무가 감나무다. 들고나는 길 든든한 벗이 되어줄 감나무가 오랫동안 버티고 있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