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최준영의 책 '동사의 삶'에 나오는 문장이다. 틀에 얶매이지 않고 본질로 다가가는 시각이 새롭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는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과 함께 떠올려 본다. 누군가를 몹시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아는 무엇을 이야기 한다. 그 중심에 그리움이 있다. "너였다가/너였다가,/너 일 것이었다가/"

곱고 청초함으로 가을날의 중심에 있던 꽃, 물매화가 진 자리다. 맺힌 씨방이 익어서 다음을 예고 한다. 이슬과 서리 몇번에 어쩌면 눈까지 맞으며 의연하게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출근 전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을 치르듯 아침마다 눈맞춤한다.

시간을 들여 지켜보는 그 중심에 기다림이 있다. 새싹을 품고 다음을 기다리는 씨방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의 교류다. 봄이든, 희망이든, 시간이든, 너이든ᆢ. 다른 무엇을 담아 기억하고, 보고, 찾고, 생각하며 내 안에 뜸을 들이는 일이 기다림이다. 그렇게 공구한 기다림 끝에는 새로이 펼쳐질 세상에 대한 믿음이다.

꽃을 볼 기회가 궁한 때다. 안 보이던 곳이 보이고 미치지 못했던 것에 생각이 닿는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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