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사랑 농사

가을엔 다른 거 말고
가슴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다
마음이나 한 마지기 장만하자
온종일 물꼬 앞에 앉아 물을 대 듯
맑은 햇빛 저 끝 고랑까지 채우고
평생에 한 번 심었다 거둔다는
사랑이나 푸짐하게 심어 가꾸자
참새들이 입방아를 찧고 가면 좀 어떠냐
그 바람에 우리들 사랑은 톡톡 여물어
껍질도 벗고 흰쌀 같은 알을 거둘 텐데
허수아비 세워 놓고 보내 버린 세월이
눈밑에 몰래몰래 잔주름으로 첩첩이 쌓여
이제 거울 속에 앉아 흉한 세월을 고치 듯
늦갈이 하는 농부처럼 가슴밭을 일구어
마음의 이랑마다 사랑이나 심어 가꾸자
포근한 땅속 같은 마음 한 자리 골라
따로 심는 계절도 없이 묻어만 놓으면
봄 가을 여름은 말할 나위 없고
눈 뿌리는 한겨울에도 잘만 자라느니
가을엔 다른 거 말고
가슴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다
마음이나 한 마지기 장만하자

*임찬일의 시집 '못다 한 말 있네'에 있는 '사랑 농사'다. 
가슴에 불을 지르듯 확 뿜어내는 '전라도 단풍'이라는 시를 쓴 시인이다. 붉게 물든 단풍도 다 떨어진 때 마음깃을 여미듯 넉넉한 마음 한 마지기 장만하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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