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 - 시각예술작가 아홉 명의 진솔한 그림 에세이
나현정 외 지음 / 청색종이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럴 수밖에 없는

주말을 이용하여 아트페어에 다녀왔다다닥다닥 붙어 있는 부스에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이 오밀조밀하게 걸려 있었다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가는 이들의 노고가 한곳에 모여 있기에 보는 이들은 짧은 시간동안 한 공간에서 호사를 누린다수많은 작품들 사이를 얼핏 스치듯 지나가다보면 발걸음을 붙잡고 이야기를 걸어오는 작품을 만날 때면 누리는 호사는 배가 된다.

 

무엇이 발걸음을 붙잡게 하는 것일까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이와 그런 작품을 통해 자신을 만나는 이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가 만나면서 일어난 일이다화가의 작품에서 자신이 끼어들 틈을 발견하는 일그것이 작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니 화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되고 관람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면 된다.

 

아트페어든 전시회나 미술관 등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들은 늘어나지만 일반인이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그렇기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매체를 만난다는 것은 소중한 기회가 된다.

 

시각예술작가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은 그런 의미에서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현정박혜원정정화양해영이록현송호철현병연안성진김흥민” 등 아홉 명은 서울 문래동이라는 공간적 활동 영역이 같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하지만 각기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다.

 

"드로잉회화설치조각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는 시각예술작가 아홉 명이 모였다봄부터 매달 세미나를 열고 자기의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담론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함께했다화가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가어떤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가이들의 세계는 어디로부터 출발해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작가들이 모인 이유는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고 충돌하며 일어나는 새로운 작용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개성 강한 예술작가들의 담론강한 개성으로 어쩌면 더 큰 공감을 불러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범주를 넓히고 보면 시각예술작가라는 테두리 안에 들지만 구분하자고 보면 개성은 천지차이가 된다지극히 사소한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조금은 넓은 의미의 지역 공동체의 당면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어쩌면 당연한 그것이 낯설게 다가와 깊은 그림자를 드리울 때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을 만나는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이 점에서 작가든 그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이든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