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무릎을 지나 발 밑에 낙엽으로 머물렀을때 비로소 온전해 진다. 산 위에 도착한 가을이 주츰거리다 인심이라도 쓰듯 눈 앞 나뭇가지에 걸리면 비로소 가을이 온 것을 안다. 그때는 제 아무리 붉고 노랑 속내를 드러내 봐야 마음만 조금 싱숭생숭해질 뿐이다. 그렇기에 가을이라며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눈 앞 나뭇가지에 제법 오랫동안 머물던 가을이 풀이 껶여 발밑으로 내려와 땅을 뒹글러야 비로소 농익은 가을인 셈이다. 발길에 채이는 낙엽을 가만히 밟아도 좋고, 두손 가득 담아 하늘 위로 더져도 좋지만 신발 위로 오른 낙엽을 툭툭 차며 걷는 맛을 이길 순 없다. 

저물녘 차가워진 공기를 피해 사람들이 떠난 관방제림을 걷고자 길을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을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온몸으로 누려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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