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마음과는 상관없다는 듯 한없이 더디오더니 막상 오고보니 이제는 급했나 보다. 여기저기 들러 청하는 모든이에게 안부전하며 노닥거리느라 늦었던 걸음이 내 앞에 와서는 서두른다. 먼 곳에서만 머물던 가을이 이제는 발목에 채인다.
인위적인 경계를 넘는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매달 다르지만 유독 시월의 마지막이 안타까운 이유가 따로 있을 까닭이 없을텐데도 다들 유난을 떤다. 그 별스러운 일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마음이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시간은 기다린 매 순간의 마음과는 달리 늘 서툴기 마련이다. 그 서툰 마음짓으로 다시 다음을 기약한다지만 그 다음이 올지는 미지수라 헛튼 속내는 안으로만 잠기다.
두어발자국 사이로 걷는 이들의 눈 앞의 단풍이 유난히도 붉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