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당신의 눈

당신이 오래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가만히 멈추어 서서 한 곳을, 한 사람을, 한 사물을 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낮은 숨소리를 들을 때까지 들여다보고 조용히 되작이다가 
몇 번의 생각 끝에 말을 하는 사람이더군요
얻을 게 없어도 시선을 붙든 것에 마음을 한참 걸어 두는 사람이었습니다

훗날 당신이 모든 것을 잃는 날이 온다 해도
나는 당신이 실패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증언할 수 있어요
내가 당신 곁에 오래 머물렀던 건 그 이유뿐입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오래오래 갇혀 있고 싶었습니다

*'오후 세 시의 사람'에 나오는 최옥정의 글 '당신의 눈'이다. 글 속에 담긴 넉넉한 온기가 넘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매꿔준다. 사람을 바라다보는 마음에 무엇이 담겨야하는지를 겨울로 가는 입동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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