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지상길

밤에 마당에 서 있으면 흰 꽃들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꽃은 희게 빛난다. 문득 하늘을 본다. 하늘길 위를 비행기가 엉금엉금 걸어가고 있다. 하늘이 길인 것이다. 땅만큼 길인 것이다. 언젠가 하늘길을 다시 밟을 때 어둠 속에서 이 흰 꽃들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사무치는 빛. 그러면 하늘길을 돌아 지상의 길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기에......하늘에 묻힐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허수경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 수록된 글이다. 

잔뜩 흐리던 하늘에서 병아리 눈물만큼 비가 내리더니 이내 화창한 볕이 한가득이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 하늘길이 있어 수시로 떠나고 돌아오는 흔적을 만난다. 그 길을 걸어가는 비행기는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떠나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는 것으로 읽히니 가고오는 것이 둘이 아닌게 분명하다.

그는 "하늘길을 돌아 지상의 길로 돌아"오는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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