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아주 넓은 등이 있어
종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한때는 돌을 잘 다루는 이 되고도 싶었는데
이젠 다 집어치우고
아주 넓은 등 하나를 가져
달[月]도 착란도 내려놓고 기대봤으면
아주 넓고 얼얼한 등이 있어
가끔은 사원처럼 뒤돌아봐도 되겠다 싶은데
오래 울 양으로 강물 다 흘려보내고
손도 바람에 씻어 말리고
내 넓은 등짝에 얼굴을 묻고
한 삼백년 등이 다 닳도록 얼굴을 묻고
종이를 잊고
나무도 돌도 잊고
아주 넓은 등에 기대
한 시절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에게 스민 전부를 잊을 수 있으면
*이병률의 시 '아주 넓은 등이 있어'다. 내가 내 등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숨을 가다듬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으면 가을볕의 뽀송함을 품은 등이 아주 넑은 등이 아니라도 무방할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날 가을볕의 온기를 품는다. 내 좁은 등에 기댈 누군가를 위해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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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