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을 눈으로 잡았다. 까실까실한 가을볕의 질감을 잡아 보라면 이 컵을 손으로 감쌀 때의 그 느낌과 다르지 않다. 쨍그랑 맑은 소리 역시 영낙없이 가을볕이 나뭇잎에 부딪치는 그소리와 닮았다.

어쩌면 불편했을지도 모를 청을 받고서도 별다른 말없이 자리를 내어준 이의 마음이기에 꽃보는 자리가 조심스러웠다. 나 혼자 온전히 물매화와 눈맞춤하라고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주던 그의 커다란 눈 속에서 분명하게 피어난 물매화 한송이를 보았다.

물매화 피는 산중에 사는 이가 마음으로 빚었다. 소 만한 등치에 소 눈처럼 크고 맑은 눈으로 빚어낸 도자기다. 

가을볕과 물매화, 그와 도자기는 올 가을 내 가슴에 핀 아주 귀하고 특별한 한송이 물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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