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피어나는 때와는 분명 다른 질감이다. 봄볕이 곰살맞다면 가을볕은 깔깔하다. 봄볕은 부드럽게 다가오는가 싶으나 성질머리가 사납고 가을볕은 까칠하게 덤비지만 넉넉한 품으로 반긴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얼굴에 닿는 가을볕의 질감이 참 좋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속담의 속내를 다 헤아리지는 못한다. 그렇더라도 점점 짧아지는 낮이 아쉬운 것처럼 이내 사라질 늦은 오후 가을볕이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볕에 여물어가는 벼가 고개를 숙인 논둑을 걷다 만났다. 이질풀이 까실한 가을볕을 한껏 품고 뿌듯한듯 하늘 향해 활짝 웃는다. 꽃을 바라보는 이의 가슴도 그 볕에 이처럼 부풀었다.
애써 먼길로 돌아가는 것은 그 길에 가을볕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