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놓쳤다. 무등은 시간이 안맞았고, 동악은 이미 지고나서도 한참이나 지났고, 백아는 너무 일러서 나무 둥치만 쓰다듬으며 아쉬워했다. 두해 씩이나 못봤다는 아쉬움을 고이 접어 내년을 기약한다고 마음먹었다.


우연히 지리에서 다시 땅 위에 핀 모습으로 만났다. 기대도 없었고 예상도 못한 눈맞춤이라서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잠시 주변을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다. 이미 지고 흩어지는 절차를 밟는 중인지라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언덕 아래 바위 틈에서 그나마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햇살의 도움이다.


마주볼 수 있는 곳으로 옮겨서도 서서 한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낮추며 심호흡을 하고서야 비로소 눈맞춤을 한다.


푸르스름하게 피어 더 청초한 꽃이 송이째 떨어지고 나서도 땅 위에서 다시 피었다 사그라진다. 다하지 못한 속내를 기어이 풀어내고서야 생을 마감하는 숭고함이다. 이를 일러 무엇으로 노래하리.


그대를 닮은 노각나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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