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난초'
"거기서 뭐했어?" 이장님의 눈초리가 애사롭지 않다. 동네 뒷산을 얼쩡거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것도 묘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 이상하게 본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기에 이제는 이사 온 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빙그레 미소를 건넨다.


때만되면 꽃찾아간다. 꽃이야 그곳이 아니어도 볼 수 있지만 그곳에 가야 제대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묘지 잔디에서 불쑥 솟아나 훌쭉 키를 키우면서 꽃을 피운다. 그것도 실타래 꼬이듯 꼬여서 피기에 더 주목 받는다.


타래난초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실타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타래난초라고 부른다. 앙증맞도록 자잘한 작은 분홍색 꽃이 줄기에 나사 모양으로 꼬인 채 옆을 바라보며 달려있다. 하나의 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제법 실하게 피어 이쁜 모습을 고여주었던 곳은 산일을 한통에 사라졌고 많은 개체들이 올라왔던 곳도 시들하다. 해걸이를 하는 것도 아닐텐데 부실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모습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며 '추억소리'라는 꽃말에 실없이 웃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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