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급한 여름 소나기처럼 쏟아지며 새벽잠을 깨우더니 이내 멈췄다. 안개 자욱한 시간이 지나자 가볍디가벼운 구름이 산마루를 넘는 것으로 이 비는 그만인 것을 미리 보여준다.


아직은 한참이나 부족한데 비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냐고 호미든 농부는 하늘보고 지금 이 햇볕 처럼 환하게 웃는다.


물속 바닦까지 볕이 든 날이 있다
가던 물고기 멈추고 제 그림자 보는 날
하산 길 섬돌에 앉은 그대 등허리도
반쯤 물든 나뭇잎 같아
신발 끄는 소리에 볕 드는 날
물속 가지 휘어 놓고
나를 들여다 보는
저 고요의 눈


*권덕하의 시 '볕'이다. 여름날 넘치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가만히 내려다 본다. 쏟아지는 볕이 바닥을 비춘다. 볕은 물고기도 돌맹이도 발가락 사이를 미끄러져 들어오는 모래까지 모두에게 공평하다.


간밤에 내린 비로 칙칙함이 사라진 하늘엔 여전히 구름이 떠돈다. 먼동이 트며 멈춘 비가 못다한 마음을 대신하여 볕으로 쏟아진다. 그 사이 훌쩍 키를 키운 죽순이 볕을 만끽한다.


죽순이 커가는 모습은 반듯해서 정갈한 마음자리와 다르지 않다. 그 자리에 싱그러움이 가득한 사람을 담는다. '나를 들여다 보는/저 고요의 눈'으로 죽순이 커가듯 키워갈 마음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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