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무렵의 넘치지 않은 빛이 좋다. 길고 짧은 하루를 건너느라 애쓴 마음을 다독이는 손길로 산을 넘는 햇살의 배려라 여긴다.
모내기를 끝낸 논은 뒤집힌 바닥의 흙탕물이 가라앉을 시간이 필요하다.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부유물 사이에 이끼가 자리를 잡고 그 이끼마저 이내 사라져야 비로소 마알간 물을 통해 논바닥을 볼 수 있다.
빛과 물 그리고 벼논의 어우러짐이 전하는 오묘한 빛의 순간, 이맘때 쯤 흔하게 보는 풍경이지만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농촌에 이방인으로 사는 이가 누리는 호사라 타박을 받더라도 결코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산을 넘는 해가 아늑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