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독을 거꾸로 세우고 그 위에 깨진 단지를 올려 놓았다. 깨졌다고 쓸모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용도변경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조건에 어울리는 의미를 더한다.


'우리집에 깨진 독 있는데 가져갈거냐'고 묻는다. 동네 할머니의 손때가 묻어 함께 늙어왔을 독이 깨지자 차마 버리지 못했을 마음을 짐작한다. 곱게 안고와 자리를 잡아줬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이 제자리인양 썩 잘 어울린다.


시간이 쌓인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시간은 저 홀로 저절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는듯 이야기를 더해줄 씨앗을 심었다. 그 씨앗이 싹을 내고 더디지만 멈추지않고 커간다. 자리를 잡았으니 별일이 생기지 않은 이상 꽃을 피울 것이다.


용도변경된 독이 서 있는 한 내 꿈과도 같은 씨앗을 반복해서 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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