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留齋'
기교를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화로움으로 돌아가게 하고, 녹봉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 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
내 복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자손에게 돌아가게 하라.
留不盡之巧以還造化, 留不盡之祿以還朝廷,
留不盡之財以還百姓, 留不盡之福以還子孫
유부진지교이환조화, 유부진지록환조정,
유부진지재환백성, 유부진지복환자손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자인 이조참판을 지냈던 천문학자 남병길(1820∼1869)의 호인 '유재'를 써준 현판이다. 유재의 출전은 명심보감 성심편으로 그 내용이 아주 좋아 옛 선비들이 달달 외우던 글귀 중 하나였다고 한다.
유홍준의 김정희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책 '추사 김정희'을 더디고 느리게 읽었다. 책장을 덮으며 수많은 글씨와 편액 중에서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 '유재'다. 글씨가 주는 느낌과 그 의미를 풀어내는 글이 모두 좋다.
'유재留齋', '남김을 두는 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결과로 판단하기보다는 출발과 도중의 마음가짐으로 이해한다. 시간과 공간에 머무르는 동안 남김의 여유가 스스로의 가치를 더해갈 여지가 아닐까. 진盡 속에 유留가 있어 성聖이 머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