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드는 봄볕에 슬그머니 찾아든 탱자나무 그늘이다. 순백의 꽃과 연초록 새잎의 순한 마음을 알기에 서슴없이 들어선다. 가시가 주춤거리게 만들지만 대수롭지 않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찔려본 경험이 주는 여유다.
핀이 엇나간 사진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다. 뮈든 선명하게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 주는 강렬한 유혹을 추구하지만 때론 이런 흐트러짐도 좋다.
삶에 긴장과 옥죄임을 기반으로 하는 단정함만을 요구할 수 없다. 흐트러짐, 주춤거림, 틈은 곧 숨이다. 버거운 일상에 숨 쉴 수 있는 틈을 낸다. 그 틈으로 들고나는 무엇이든 내겐 숨이다.
송홧가루로 흩날리는 봄날 오후, 짙은 초록으로 촘촘하게 하늘을 매꿔가는 땡자나무 그늘에서 틈을 찾는다.
